금융위원회의 ‘금융 빅데이터 인프라 개설 및 구축방안’은 크게 봐서 두 가지를 담고 있다. 먼저 국내 5000여 개 금융회사가 수집한 4000만 명의 신용 관련 정보를 비식별 처리해 단계적으로 공개한다는 것이다. 당장은 5%인 200만 명의 대출·연체·카드·보험 정보만 공개하기로 해 전면 활용은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다른 하나는 ‘금융 데이터 거래소’ 개설이다.

한참 늦었지만,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에 정부도 눈을 떴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불리는 빅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은 다시 언급할 것도 못 된다. 빅데이터는 접근성과 활용이 요체라는 지적도 한두 번 나온 게 아니다. 금융뿐 아니라 의료·정보통신·에너지 부문 등과 더불어 국세청 사업자 정보와 경찰의 차량·교통 정보까지, 경제적으로 쓰임새 있는 빅데이터가 곳곳에 쌓여있다. 과도한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접근이 가려져 왔을 뿐이다.

빅데이터 기반의 새 기술과 신산업은 너무도 빠르게 성장 발전하고 있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빅데이터 활용제한 규제’와 무관할 수 없다. 누적된 ‘자원 보고’인 빅데이터를 방치한 채로는 혁신성장도 헛구호에 불과하다. 개인정보의 오남용과 악용에 대한 걱정은 가명정보·익명정보 처리로 예방하는 게 선진국들의 보편적 추세다.

정부가 뒤늦게 움직이는 만큼 속도가 관건이다. 당장 국회에 계류 중인 신용정보법이 개정돼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개인정보 보호’를 외치는 일부 사회단체에 휘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업계 요구를 들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학교교육에도 빅데이터 활용계획을 세워야 하는 등 갈 길이 멀다. 행정 정보도 최대한 내놔야 한다. 금융과 의료 등 빅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온 중국의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만년 ‘자원빈국’ 걱정에 앞서 최소한 다른 나라 하는 만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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