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를 활용해 의료 서비스 질(質)을 높이고, 의료비 부담은 크게 줄이고 있는 핀란드의 ‘고령화 해법’이 주목받고 있다(한경 5월 2일자 A4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과 의료·바이오 기술을 결합한 것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고령자 의료비용은 세계 모든 국가가 직면한 난제다. 북유럽의 대표적인 저출산·고령화 국가인 핀란드는 10년 전부터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프로젝트’를 가동해 치료비 절감은 물론 질병 예방과 조기 진단, 치료 등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만성질환자와 고령자 가구에 원격의료 시스템인 ‘가상병원(virtual clinic)’ 설치, 진료기록 데이터 베이스(DB) 민간 개방, 유전체 지도 작성 등이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헬싱키시(市)는 지난해 일상적인 만성질환자 홈케어 비용만 900만유로(약 118억원) 정도 줄였다.

핀란드 정부의 적극적인 빅데이터 개방 등은 관련 산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중심인 병원은 고급 연구인력과 글로벌 자금이 몰리는 바이오 벤처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최초 3차원(3D) 영상 판독 기술 개발, 유전학 연구 급성장 등이 이어지면서 관련 분야 수출액도 급증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연 평균 8%씩 증가해 2017년에는 22억2000만유로(약 2조8917억원)에 달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강국’ 핀란드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속도로 진행 중인 고령화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이 맞물려 건보재정 고갈이 현안으로 등장했다. 게다가 정부는 ‘디지털 헬스케어 육성’을 통해 의료·바이오 분야를 신(新)성장 동력으로 키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정부 정책은 고령화 대비 및 산업 육성과 거꾸로 가고 있다. 우수한 의료기술과 정보통신기술 등 인프라를 갖추고도 기득권 반발 등에 막혀 원격의료는 19년째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유전체 DB 구축은커녕 공공의료 데이터 활용도 못 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에 쌓여 있는 2조여 건에 이르는 국민의료 데이터는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에 막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무엇이 고령화를 대비하고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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