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출신 김창용 NIPA 원장

실패해도 규제·법률 공부할 기회
전통 산업에 ICT 기술 결합

“한국의 규제 샌드박스는 늦었지만, 늦은 게 아닙니다. 일부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기회를 주는 영국, 일본과 달리 모든 산업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규제를 풀고 있고 내용도 정교합니다.”

삼성전자의 DMC(세트 부문) 연구소장(부사장) 출신 기관장으로 유명한 김창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원장(사진)은 지난 22일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세간의 우려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2년 전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한 영국은 핀테크(금융기술) 등 일부 산업에만 혜택을 주고 있고, 일본도 지역산업 육성 차원에서만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로운 산업에 진출한 기업을 지원하는 제도다. 사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을 최대 4년간 유예해준다.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내에 100건 이상의 규제 샌드박스 적용 사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NIPA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지원하고 있다. 개별 기업이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하면 관련된 규제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심의위원회에 제출할 서류도 대신 작성해준다.

김 원장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라면 규제 샌드박스 도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설령 심의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자사의 분야와 관련된 규제와 법령들을 공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삼성그룹이 최고 수준 기술인력에게 수여하는 ‘펠로우’에 선정됐을 만큼 연구개발(R&D)에 정통한 인물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을 아마존, 구글 등 해외 기업의 잔치로만 여기는 비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의 분야에서 출발이 늦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아직도 먹거리로 삼을 만한 분야가 상당하다는 논리였다. 김 원장은 “전통 제조업이라고 하더라도 AI와 빅데이터를 결합하면 새로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ICT의 힘으로 전통산업에 경쟁력을 불어넣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사례로는 조선·해양 분야를 꼽았다. 김 원장은 “선박에 AI, 빅데이터 등 ICT를 접목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며 “2년 정도 후면 한국을 ‘AI 선박’의 맹주로 꼽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IPA 원장으로서 목표를 묻자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이란 답이 돌아왔다. 김 원장은 “내수 시장이 작은 한국 스타트업이 성장하려면 해외 진출이 꼭 필요하다”며 “이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현지 시장을 조사하고 현지 네트워크를 소개하는 등의 업무를 대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형석/윤희은 기자 click@hankyung.com